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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과 다름없는 날이었다.
늦가을이 끝나가고 겨울이 오는 그런 평범한 날이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그날은 회사에서 건강검진을 하는 날이었다.
공교롭게도 남자직원들의 전립선을 검사할 장비가 고장나는 바람에
여직원들이 받아야 될 갑상선 초음파검사를 남자직원들이 받게 되었다.
시간이 매우 중요한 우리 팀 업무의 특성상,
빠르게 검사를 마치고 자리에 돌아가 업무를 봐야한다.
내 차례가 되어 회사 회의실에 놓아진 간이침대에 비스듬히 누웠다.
미끌미끌한 젤이 목에 발라졌고, 이내 초음파기계가 내 목위에서 천천히 움직였다.
“오른쪽에 큰 혹이 보이는데, 알고 계시는거죠?”
의사가 나에게 질문했다.
“아니요…”
큰 혹이 있단다. 나는 몰랐는데…
의사는 최대한 빠르게 병원에 가보라는 말을 해주었다.
초음파상에서 대충 본 혹의 크기는 2.5cm가 넘었지만 외형적으로는 전혀 티가나지 않았다.
‘살이쪄서 그런걸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냥 혹이 있을 수 있겠거니… 대체 갑상선이 뭐하는 거지? 라고 말이다.
검사를 마치고 자리에 돌아와서 동료들과 희희낙락 거리며
“목에 혹이 있대요~.”
말하고 다닐정도 였으니깐
갑상선을 잘 알고 있는 여자동료들은 별거 아닌 물혹이라고, 그건 다들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와이프에게 전화했다.
“여보, 나 목에 혹이 있는데… 병원에 가보라네?
괜찮은 병원 찾아서 예약 좀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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