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는 자기가 출근해서 업무를 보아야 할 시간에 중국에 방문하여 중국 브로커에게 접대를 받고 있었다.
새로운 신사업을 함께할 파트너와의 현지미팅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을 하였지만,
아버지인 회장이 노발대발하여 전화통화를 하는 것 보면 정상적인 출장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의 또다른 문제는 규모에 비해 너무나도 방대한 직급체계가 있다는 것이다.
사원 → 주임 → 대리 → 과장 → 차장 → 부장 → 이사 → 상무 → 전무 → 사장 → 대표
임원급인 이사부터 대표까지는 모두 가족이거나 친족의 이름이 올려져있다.
당연히 이사부터 전무까지는 출근조차 하지 않는 유령임원이다.
이 말도 안되게 많은 직급이 과연 필요한 것인가?
상식적으로 자신의 직급에 맞는 일을 해야겠지만 여기는 그냥 근속에 맞게 그냥 별명 지어주듯이 직급을 줘버린 것 같다.
예를 들면 A과장이 하는일은 그냥 A과장 혼자서 다하는 일이고, B주임이 하는일은 B주임만 하는일이다.
직급은 이 회사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그냥 감투일 뿐인것이다.
그리고 내가 제일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중에 하나인데,
직급이 좀 높은, 그러니깐 근속년수가 20년쯤 되는 차장급 이상 인원들은
요즘시대 말도 안되는 일들을 여직원들에게 강요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아침이나 식사후에 커피를 직접 타 오게 한다거나
외모에 대해 직접적인 훈수 및 지적을 하고, 머리가 나쁘다거나 일을 못한다고 쌍욕을 해버리는 경우
정말 80년대에 TV자료에 나올만한 일들이 21세기에 내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 일을 당하는 여직원들조차도 만성이 되었는지 아무렇지 않게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조차 충격이었다.
일을 하다 친해진 정말 일을 잘하던 여자 주임과 이런저런 얘기를 할 일이 생겼었는데,
당연히 자신이 그런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나쁘고 화도 나지만
여기서 일을 하지 않으면 다른 곳에서 과연 일을 할 수 있을까란 불안감으로 그냥 이 회사를 다닌다고 했다.
다른곳에서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 얘기했지만
지금 현재의 익숙함이 좋아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것을 꺼려했다.
그녀의 나이 겨우 26세, 하지만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으로 모든 것을 막아버린듯 했다.
생산직이 포함된 회사라서 그런지 식당에서 밥이 나오는 것은 정말로 좋았다.
하지만 경리업무를 총괄하는 사무실의 부장이 급식업체를 바꿔 급식비를 줄이라는 얘기를 듣고 정이 확떨어졌다.
연차휴가라는 개념을 처음들어보는 듯하게 대하는 회사를 보고 정이 확떨어졌다.
도대체 고용노동법을 알고 있긴 한건지 의문스러웠다.
내가 이 회사에 온 기념으로 사무실 직원들이 회식을 했다.
여직원들은 과장, 차장, 부장에게 술따르는데 동원되었고 회식장소는 상상에 맡긴다.
명절선물은 제일 저렴한 세트상품.
대표는 자기에게 들어온 선물을 선심쓰듯 사무실 직원에게 나눠주며 생색내기에 들어간다.
처음 내가 제시한 연봉에서 조금 양보하고, 회사도 조금 양보해서 얻은 결과가
처음 3개월 회사가 처음 제시한 급여를 받고 그때까지 일을 하고 있다면 내가 제시한 급여로 인상해서 받기로 되어있었다.
하지만 3개월 이후에도 급여인상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고
급여이야기를 하려하면 회사의 현재상황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거나 따로 1대1로 퇴근 후 식사대접을 해주며
회사의 상황과 급여에 대해 조금만 양보하라는 늬앙스의 이야기만 오고갈 뿐이었다.
모든직원들의 내년 연봉은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동결한다고 했지만
대표는 할인이슈로 떠들석한 고급수입차로 차를 바꾼다고 부장에게 전화해 회사돈으로 계약금을 입금하라는 회사.
이때 결심했다.
여기에서 더 일하면 안되겠구나 하고.
그래서 열심히 퇴사준비를 했다.
나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이었지만 지게차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기에 시간이 남으면 생산현장에서 지게차를 탔었고
나의 업무는 아니었지만 열심히 외부영업도 다녔다.
원래 하려던 신사업도 매출을 키워 혼자하던 일에서 여자주임을 팀원으로 배속받아 팀을 만들어 팀 사무실로 독립했다.
사내 ERP가 없어 엑셀로 간단한 재고정리를 만들어 보고 했더니 부장은 그냥 워드로 작성해서
A4용지로 보고하라하는 회사.
그 외 인터넷에서 보는 수많은 중소기업의 현실이 모두 담겨있는 이곳.
그렇게 많은 업무에 내가 중심이 되어 돌아가던 그날 나는 뒤돌아보지 않고 유유히 사표를 던졌다.
당장에 일이 막히게 된 과장과 차장은 그만두지 말라고, 밖에 나가봤자 이런회사 다시 들어가기 힘들다고 했지만
나는 한달이면 충분히 업무인수인계 가능하고 원래 제시된 급여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그만둔다고 맞섰다.
그렇게 출근하지 않던 대표는 매일 매일 출근해서 나를 설득하기 바빴다.
당장은 급여를 올려주지 못하지만 다르게 챙겨주겠다라고...
하지만 나는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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